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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맡는 커피냄새. 비오는 날, 남한산성을 감싼 물안개.
窓을 열자마자 들어오는 바람. 문득 꺼내든 책 속에 들어있는 오래된 편지.
바싹 마른 수건. 선글라스를 끼고 보는 거리의 풍경. 사각사각 그어지는 연필 소리.
늦가을, 낙엽 떨어지는 소리. 스웨터 소매를 길게 늘여 손 감추기.
낯선 길을 달리다 만나는 낯익은 길. 야구장 가는 뚝방길 옆 노오란 해바라기.
비오는 날, 야구장. 잘 익은 수박 터지는 소리. 팥빙수 안에 들어있는 찰떡.
길을 걷다 들려오는 좋아하는 음악 한 곡. 알맞게 뜸 들여진 쌀밥과 잘 익은 김치.
긴 꼬리를 남기며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떡볶이와 초밥.
나는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그리고 나는,
겨울 밤하늘에 빛나는 오리온 자리.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반가운 이의 전화.
어스름 저녁하늘. 그 하늘의 붉은 노을. 비오는 날, 네거리 신호등.
건빵 봉지 안의 별사탕. 잘 맞은 우익선상 2루타. 스물스물 어둠이 몰려오는 소리.
여름바다.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모래. 우체국 계단을 오를 때.
갑자기 배가 아파 눈뜨는 새벽. 스파게티 돌돌 말아 한 입에 넣을 때.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고싶지 않을 때. 하루종일 무엇인가 끊임없이 먹고싶을 때.
오래 전, 데이트하던 그 곳을 지날 때. 쌀쌀해지는 거리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서글픔.
'사랑하는 연수에게'라고 쓰여진 편지를 읽을 때.
나는 그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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