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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을 가다가 운명처럼 누군가를 만나기를 바란다.
그쪽에서도 운명처럼 나를 만났으나 처음에는 우연으로
잊히다가 또 어느 날 무심코 지나는 일상에 마치 오랜 날을
기다린 것처럼 그 모습이 들어오면 우리는 가벼운
눈인사로부터 만남을 시작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 동안 어디에 숨어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느냐는
바보스런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목덜미 근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바랜 세월의 무게를 굳이 비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닮았던 눈도 볼품없이 충혈 되고
생기가 처연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쳐다보며 무엇이 서로를
그렇게 낡게 만들고 있는지를 알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며,
너무 늦었노라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택하였건 택하지 않았건 지금 우리 몫으로 주어진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또한 어느 일정한 간격 안으로 좁혀지는 것은
서로 경계를 해야 하는 한계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않으며 게다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소설 같은 모험심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 속의 만남이라도 될 것이다.
그와 함께 진하지 않은 커피 향처럼 짚덤불을 태우는 유년의
냄새를 풍기며 그러면서도 돌아서면 조금씩 아쉬움의 앙금을
남기는 만남을 봄날의 송송한 아침처럼 시작하고 싶다.
우리는 무슨 화려하고 묵직한 약속이나 값진 선물로 서로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자기보다 얼마나
덜 그리워했는지 계산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물론
누구에게도 용서받을 수 있을 만큼한 것을 선물할 것이다.
그것은 보석보다도 빛나는 무게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만나서 얼굴의 변화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이름을 떠올린 다든지 아니, 서로를 생각할 때마다
잊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은하수의 별과 냇가와 어린 날의 기억과 그리고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그리운 소리들이 상대의 품에서 솔솔
새어나오기를 소망할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는 것들을
피해서 서로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다가
환한 햇빛에 얼굴을 가리는 경험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욕심을 가졌다가 허물기도 하고 잊으려 애를 써보기도 하고
잊히려 애를 써보기도 하고 해답 없는 질문을 마구 던지며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자 할 것이다. 또한 서로에게
비슷한 점이 발견될 때마다 번민도 그만큼 자라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큰 귀와 칭얼거리지 않는 평평한 자락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가만히 있어도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은
깊이 모를 우수를 지녀야 할 것이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늘 진실하고 잔잔한 미소로 위안을 주고 서로에게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되는 따스한 느낌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우리는 갑자기 죽음이라든가, 운명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만남과 사랑 등 저 마음의 장롱깊이 집어넣고 쑥스러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서로 앞에 꺼내놓고 처음에는 무척
겸연쩍어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그런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마치 자신도 똑같이 끄집어내고 싶었던
것처럼 반가와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이제껏 서로 만날 때까지 자랑할 만한 그 무엇도
가지지 못하였고 비록 우리의 인생이 저물 때까지
그런 것하고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면 우리의 만남은
오히려 더 순수하게 지속되고 순결할 것이다.
그 대신, 깊이 있는 눈과 무언가 마구 담을 수 있는
가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추구할 동안 우리는 엄하게 자신과
싸우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다가올 그날과 함께 우리의 이야기를
마감할 때까지 수없이 다가올 울먹이는 아픔의 가장자리에서
비록 손님처럼 머물지라도 아무에게도 열어주지 않았던
창을 가만히 두드리는 느낌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만남은
결코 비난을 받는다거나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움이 필요할 때 그 방에 초대되어 그저 말없이
턱을 괴고 마주 앉아 있어도 가슴이 편한 사이이면 좋겠다.
때론 길을 함께 걸으며 인생의 이야기를 건네주는 벗으로서
혹은 기다림과 고독을 배워주는 애인으로서 피곤할 때 등을
빌려주는 친구로서 서로에게 쓰였으면 좋을 것이다.
너무 사리에 바르고 너무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은 오히려
불편할 것이다. 또 너무 많은 물질적인 재산을 가지고
거기에다 정신의 재산을 추가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불편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너무도 쉽게 피곤해 할 것이며
너무 멀리 있고, 바삐 멀어져 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람과 같은 소리이고
우리가 서로에게 줄 것도 같은 것이라면 그저 가난한 마음의
소유자라야만 될 것이다. 불과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모두 떠날 것이다. 그리곤 다시 여기에 오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안 오든 우리는 지금 그날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그리워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는 그런 만남을 기다린다.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마르지 않은 눈물을 가르쳐줄 그를 기다린다.
그저 생각만으로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단 하나여도
족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 또한 그의 소중한 부분이 되기를
바란다. 허전한 가슴의 채움을 받고 채워주기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견한 일이 될 것인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서로에게 있어 맨 마지막까지 남아있기를
소망하는 것들 중에
서로의 이름이 들어있기를 바라는 만남을
기다린다.
그쪽에서도 운명처럼 나를 만났으나 처음에는 우연으로
잊히다가 또 어느 날 무심코 지나는 일상에 마치 오랜 날을
기다린 것처럼 그 모습이 들어오면 우리는 가벼운
눈인사로부터 만남을 시작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 동안 어디에 숨어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느냐는
바보스런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목덜미 근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바랜 세월의 무게를 굳이 비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닮았던 눈도 볼품없이 충혈 되고
생기가 처연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쳐다보며 무엇이 서로를
그렇게 낡게 만들고 있는지를 알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며,
너무 늦었노라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택하였건 택하지 않았건 지금 우리 몫으로 주어진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또한 어느 일정한 간격 안으로 좁혀지는 것은
서로 경계를 해야 하는 한계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않으며 게다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소설 같은 모험심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 속의 만남이라도 될 것이다.
그와 함께 진하지 않은 커피 향처럼 짚덤불을 태우는 유년의
냄새를 풍기며 그러면서도 돌아서면 조금씩 아쉬움의 앙금을
남기는 만남을 봄날의 송송한 아침처럼 시작하고 싶다.
우리는 무슨 화려하고 묵직한 약속이나 값진 선물로 서로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자기보다 얼마나
덜 그리워했는지 계산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물론
누구에게도 용서받을 수 있을 만큼한 것을 선물할 것이다.
그것은 보석보다도 빛나는 무게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만나서 얼굴의 변화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이름을 떠올린 다든지 아니, 서로를 생각할 때마다
잊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은하수의 별과 냇가와 어린 날의 기억과 그리고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그리운 소리들이 상대의 품에서 솔솔
새어나오기를 소망할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는 것들을
피해서 서로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다가
환한 햇빛에 얼굴을 가리는 경험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욕심을 가졌다가 허물기도 하고 잊으려 애를 써보기도 하고
잊히려 애를 써보기도 하고 해답 없는 질문을 마구 던지며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자 할 것이다. 또한 서로에게
비슷한 점이 발견될 때마다 번민도 그만큼 자라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큰 귀와 칭얼거리지 않는 평평한 자락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가만히 있어도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은
깊이 모를 우수를 지녀야 할 것이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늘 진실하고 잔잔한 미소로 위안을 주고 서로에게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되는 따스한 느낌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우리는 갑자기 죽음이라든가, 운명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만남과 사랑 등 저 마음의 장롱깊이 집어넣고 쑥스러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서로 앞에 꺼내놓고 처음에는 무척
겸연쩍어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그런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마치 자신도 똑같이 끄집어내고 싶었던
것처럼 반가와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이제껏 서로 만날 때까지 자랑할 만한 그 무엇도
가지지 못하였고 비록 우리의 인생이 저물 때까지
그런 것하고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면 우리의 만남은
오히려 더 순수하게 지속되고 순결할 것이다.
그 대신, 깊이 있는 눈과 무언가 마구 담을 수 있는
가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추구할 동안 우리는 엄하게 자신과
싸우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다가올 그날과 함께 우리의 이야기를
마감할 때까지 수없이 다가올 울먹이는 아픔의 가장자리에서
비록 손님처럼 머물지라도 아무에게도 열어주지 않았던
창을 가만히 두드리는 느낌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만남은
결코 비난을 받는다거나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움이 필요할 때 그 방에 초대되어 그저 말없이
턱을 괴고 마주 앉아 있어도 가슴이 편한 사이이면 좋겠다.
때론 길을 함께 걸으며 인생의 이야기를 건네주는 벗으로서
혹은 기다림과 고독을 배워주는 애인으로서 피곤할 때 등을
빌려주는 친구로서 서로에게 쓰였으면 좋을 것이다.
너무 사리에 바르고 너무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은 오히려
불편할 것이다. 또 너무 많은 물질적인 재산을 가지고
거기에다 정신의 재산을 추가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불편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너무도 쉽게 피곤해 할 것이며
너무 멀리 있고, 바삐 멀어져 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람과 같은 소리이고
우리가 서로에게 줄 것도 같은 것이라면 그저 가난한 마음의
소유자라야만 될 것이다. 불과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모두 떠날 것이다. 그리곤 다시 여기에 오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안 오든 우리는 지금 그날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그리워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는 그런 만남을 기다린다.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마르지 않은 눈물을 가르쳐줄 그를 기다린다.
그저 생각만으로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단 하나여도
족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 또한 그의 소중한 부분이 되기를
바란다. 허전한 가슴의 채움을 받고 채워주기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견한 일이 될 것인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서로에게 있어 맨 마지막까지 남아있기를
소망하는 것들 중에
서로의 이름이 들어있기를 바라는 만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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